과감하게 덜어내기
가교제인 BDDE는 필러가 지속력과 점탄성을 가지도록 하지만, 가교에 참여하지 못하고 잔류하는 경우에는 유해물질로 분류됩니다. 수 년의 기간동안 우리는 잔류 BDDE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았습니다. 애초부터 첨가하는 BDDE 양을 줄일 순 없을까. 가교제 첨가량으로만 지속력과 점탄성을 조절할 경우, 원하는 물성에 도달하기 위해 과량의 가교제가 첨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는 잔류 BDDE를 증가시키며, 지나치게 단단한 물성으로 부자연스러운 시술 결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민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가교 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개발에 성공하면서부터 였습니다. BDDE를 최소화하더라도, 높아진 가교효율로 원하는 물성의 겔과 자연스럽고 안전한 시술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덜어낸 만큼, 숫자로
얼마나 덜어냈는지는 말이 아니라 숫자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히알루론산에 가교제가 얼마나 붙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 변형도(MoD)입니다. 히알루론산 이당류 100개당 결합한 BDDE의 수로, 낮을수록 히알루론산은 본래의 모습에 가깝고 몸은 그것을 이물로 여기지 않습니다.1 그런데 붙어 있다고 모두 가교에 참여한 것은 아닙니다. 한쪽 끝만 매달린 펜던트 BDDE는 물성에 보탬이 되지 못한 채 변형도만 높이는, 불순물에 가까운 존재입니다.3 그래서 우리는 변형도와 함께 양쪽 끝이 모두 결합한 비율, 가교율(CrR)을 봅니다. 변형도는 낮게, 가교율은 높게. 가교제를 아끼면서도 제대로 엮었다는 뜻입니다. 유변학과 응집력, 변형도, NMR 데이터, 불순물을 함께 보아야 좋은 필러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최근 필러 교과서의 결론이기도 합니다.4
가장 낮은 변형도
시판 중인 필러 열세 가지를 핵자기공명(NMR)으로 들여다본 연구가 있습니다.1 변형도는 2.2%에서 17.1%까지 제품마다 크게 달랐고, 그 가운데 가장 낮은 값이 로리앙이었습니다. 가교율은 반대로 높은 쪽에 있었습니다. 논문은 변형도가 낮으면서 가교율이 높은 경우를, 적은 가교제로도 효율적으로 가교되어 남는 BDDE가 적은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처음부터 덜어내겠다는 고민이 옳았다는 것을 우리는 이 숫자로 확인했습니다.
2.2 – 17.1%시판 필러 열세 가지의 변형도 분포
0.227로리앙의 가교율 (열세 가지의 분포 0.014 – 0.394)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우리는 필러의 부작용에 대한 제조사의 역할을 고민했습니다. 의료기기인 필러도 의약품만큼 까다롭게 만들어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까지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여보자. 목표를 세우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의약품 GMP 기준을 적용하여 원자재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대부분의 공정 과정을 청정 구역 내에서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그 결과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입자(Insoluble particle)와 미생물의 유입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가장 깨끗한 필러
불용성 미립자는 녹지 않은 채 제품 속을 떠다니는 아주 작은 이물입니다. 설비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 유리 주사기의 알루미늄, 윤활제로 쓰인 실리콘 오일. 몸속에 오래 머무는 필러 안에 이런 것이 섞이면 지연성 염증반응과 육아종의 씨앗이 됩니다.2,3 필러는 의료기기라서 대부분의 나라에 미립자 기준이 없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미국 FDA 허가를 목표로 공정을 설계했고, 그래서 필러에는 요구되지 않는 주사제의 기준을 스스로에게 요구합니다. 미국약전(USP <788>)이 주사제의 불용성 미립자에 정해 둔 한도입니다.2
10 µm 이상
용기당 6,000개 이하주사제 불용성 미립자 기준 (USP · 유럽약전)
25 µm 이상
용기당 600개 이하주사제 불용성 미립자 기준 (USP · 유럽약전)
로리앙
시판 필러 열두 가지 가운데 이물 입자가 가장 적었습니다1 mL당 10 µm 이상 1,246개 · 25 µm 이상 82개 (논문 측정값, 3회 평균). 주사제 기준을 모두 충족합니다.2 시판 필러 열두 가지를 히알루로니다제로 완전히 녹인 뒤, 1 µm 필터에 남은 것을 전자현미경(SEM)과 성분 분석(EDS)으로 살핀 연구가 있습니다.2 열두 제품 가운데 일곱은 10 µm 이상 입자가 주사제 기준을 넘었고, 규소와 알루미늄, 철이 검출된 제품도 있었습니다. 필터의 재질 말고는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은 필러는 로리앙 하나뿐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덜어내자던 다짐이 만든 결과입니다.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
고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제품에 대한 신뢰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불순물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보다 더 혹독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잔류 BDDE와 Endotoxin의 측정치는 엄격한 자사 기준을 넘어 기계로 측정되지 않는 수준까지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연성 염증반응의 원인을 정리한 논문은 필러 자체가 지닌 위험 요인으로 잔류 BDDE와 펜던트 BDDE, 제조 중 섞이는 불순물, 저분자 히알루론산, 내독소를 꼽고, 이상적인 필러는 가능한 한 순수해야 한다고 맺습니다.3 잔류 BDDE의 통용 기준은 2 ppm 이하.1 우리의 기준은 기준치가 아니라 검출한계였습니다.
참고 문헌
- 1 Lee W, Yang EJ. Structural Analysis of Hyaluronic Acid Fillers Using Nuclear Magnetic Resonance: Implications for Quality Control and Clinical Performance. Polymers 2024;16(20):2878. doi:10.3390/polym16202878
- 2 Lee W, Rho NK, Yang EJ. Determination of Hyaluronic Acid Dermal Filler Impurities Using SEM/EDS analysis. Polymers 2023;15(7):1649. doi:10.3390/polym15071649
- 3 Lee W, Shah-Desai S, Rho NK, et al. Etiology of Delayed Inflammatory Reaction Induced by Hyaluronic Acid Filler. Archives of Plastic Surgery 2024. doi:10.1055/a-2184-6554
- 4 Lee W. Advances in Hyaluronic Acid Filler Injections. Springer 2024. doi:10.1007/978-981-97-6528-7